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억

by 심리학 관리자 2025. 3. 19.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억
Designed by Freepik

 

어느샌가 호감을 품는 '단순접촉효과'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이유도 없이 호감을 품는 현상은 전이와는 별개의 설명도 있다. 가령,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선택한 상품에 대해 그 이유를 물으면, "이 상품이 좋을 것 같아서"라든가, "좋아하니까"라는 식으로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상품을 광고에서 자주 보았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을 것이다. 어떤 상품의 로고나 패키지, 상품명 등을 단지 몇 번 보거나 들었다는 것만으로 무의식 중에 호감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단순접촉효과'라고 한다.

 

  이와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처음 것보다 이전에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것은 머릿속에 유연하게 주입된다. 이를 우리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비슷하다. 한 번이라도 어딘가에서 만난 사람인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정말로 처음 만나는데도, 이전에 그 사람과 비슷한 이미지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자신은 깨닫지 못해도 단순접촉효과가 나타난다.

 

  그 결과, '처음 보는 데도 왠지 그리운 느낌이 드는 사람'과 같은 호감으로 이어진다. 단순접촉효과는 많은 실험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상품 광고를 자주 내는 것도, TV의 CM에서 같은 상품을 반복해서 선전하는 것도, 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기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밤에 잠들기 전, 오늘 하루 일과를 기억해 본다. 아침식사, 입었던 옷, 지루했던 출근길, 했던 일, 만났던 사람, 저녁밥.. 기억해내려고 하지 않더라도, 매우 선명하게 자신의 하루를 기억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 두려고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의외로 잘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전철을 타고, 어제와 같은 곳에 있는 회사에 가고, 같은 자리에 앉아, 어제에 이은 업무를 하고, 어제 나에게 한턱낸 사람에게 오늘은 자신이 한턱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점점 잊어버리게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 있을까?

 

 

기억할 수 없게 된 사람

 

  실제로, '기억하려고 해도, 점점 잊어버리는'때가 있다.  그러한 기억장애가 있는 A 씨가 있다. A 씨는 그 당시 갓 20세가 된 남성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서로 알게 돼도 금방 상대방을 잊어버리고 만다. 이름을 잊어버리는 우리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름만이 아니라 상대방과 만난 적이 있는지 없는지도 잊어버리는 것이다.

 

   A 씨와 처음 인사했을 때의 일이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나를 알렸다. A씨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5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잊었는지 불안한 듯 물어보는 것이었다. 다음날, 다시 A 씨와 대면하자 그는 정말로 기억하지 못했다. "저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아니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라고 처음 보는 듯한 눈빛으로 답하는 것이다.

 

  A 씨는 식사를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그 자체를 잊어버렸다. 그와의 만남은 늘 오후 1시에 시작하여, 저는 항상 처음에 "식사는 하셨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A 씨는 잠시 당황하며 생각한 뒤 "입안에 귤 맛이 남아 있으니, 아마 식사는 한 것 같네요"라고 대답한다.

 

  또 어느 날은, 휴일에 가족과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해 "영화는 재미있었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때, 그때는 재밌다고 생각하지만, 영화를 다 보면, 뭘 보았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재밌었다는 기분만은 남아있는데도 말이죠"라고 A 씨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A 씨는 운동연습 중의 사고로 머리에 상처를 입어서 기억장애를 갖게 된 것이다.  머리에 상처를 입으면 누구나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머리의 상처로 뇌 안의 기억과 관계된 어느 부분이 손상됐을 때, 이와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왜 잊어버리는 걸까  (0) 2025.03.21
기억이란 무엇인가  (0) 2025.03.20
좋고 싫음의 심리적 구조  (0) 2025.03.18
느낌의 정체는 어떤 것인가?  (0) 2025.03.17
표정이 감정을 만든다?  (0)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