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억의 종류
장기기억은 내용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에피소드 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의 세 가지다. 에피소드(일화) 기억이란 , 자신이 경험한 사건에 관한 기억이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테마파크에 갔다'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와 같은 시·공간적인 정보가 들어있다.
이에 비해 의미기억은 '테마파크란 무엇인가?'와 같은 어딘가 순수한 지식, 정보에 대한 기억이다. 이외에, 말솜씨나 문법 등도 의미기억이다. 에피소드 기억과 의미기억이 다른 것이란 점은 앞서와 같은 기억장애 환자 A 씨의 연구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이 두 기억이 완전히 별개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예도 많다.
처음에 우리는 '테마파크'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 몇 번인가 '테마파크'에 가는 경험(에피소드기억)을 반복하는 것으로, 그것이 어떤 것인가에 관한 지식(의미기억)을 자신 안에 만들어 나간다. 즉, 의미기억은 에피소드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면도 있다.
또한, '부모님과 테마파크에 갔다'는 에피소드 기억도, 만일 '부모님', '테마파크'와 같은 지식이 없다면, 에피소드 기억이 될 리가 없다. 이는 에피소드 기억이 의미기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에피소드 기억과 의미기억은 나눌 수는 있지만, 서로 지탱하여 우리의 기억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미기억과 에피소드 기억에 반해, 절차(과정) 기억은 좀 다르다. 절차(과정) 기억이란, 신체를 사용한 운동적인 기억이다. 손 씻는 법, 구두끈 묶는 법, 자전거 타는 법 등과 같은, 패턴화 된 일련의 순서에 관련된 기억이다. 구두끈을 묶는 동작을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상당히 어렵다. 반대로, 콧노래를 부르며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도 구두끈을 묶는 것은 간단히 할 수 있다. 이처럼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어느샌가 신체가 느끼는 듯한 기억이다.
기억장애를 가진 환자 대부분은 에피소드 기억에 장애가 일어나도, 의미기억은 비교적 남아있기 쉽고, 절차기억은 그다지 손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 예를 들었던 '점점 잊어버린다'는 기억장애를 가진 A씨도, 의미기억이나 절차기억은 뚜렷하며,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에피소드 기억을 만드는 활동에서 장애를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떠한 이유로 기억장애가 생기더라도 절차기억이 보존된다는 것은 절차기억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인 활동의 하나라는 것이다.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다음은 기억의 장애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의 '건망증'에 대해 살펴보겠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의 이름을 생각해 낼 수 없다, 잊어서는 안 되는 업무 일정을 잊는다. 강물에 빠져서 익사할 뻔했던 적이 있는데 자신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렇게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을 '망각'하고 있다.
평소 생활 속에서 건망증이 심한 편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잊어버린 것이라기보다 '기억해 낼 수 없는'것이 있다. 그것은 태어나서 말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될 정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을 유아기 건망이라고 부른다.
유아기 건망이라고 하면, 그와 같은 기억은 갓난아기 자신이 경험한 일을 그대로 에피소드 기억으로서 남긴 것과는 다른 때가 많다. 갓난아기 시절의 일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는 의견을 뿌리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보거나 들은 것을 나중에 생각해 낼 수 있도록 하려면, 이를 위한 '기명처리'를 해야만 한다.
기명처리란 기억 해두기 위한 수단으로, 말(언어)등으로 치환하여 머릿속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굳이 의도하여 기명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기억할 수는 있다. 그런데 기명처리를 해두지 않으면, 모처럼 경험한 일이라 해도, 몇 년이 지난 후부터 에피소드로 기억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갓난아기 시절엔 누구나 말을 다 깨치지 못한다. 기명 방법도 모른다면 의미기억의 축적도 없다. 따라서, 갓난아기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시간이 지나 '자신이 경험했던 일의 에피소드'로 기억해 낸다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갓난아기 시절의 일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이는 분명히 이후에 더해진 기억을, 스스로 경험했던 기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체로,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성인으로부터 종종 갓난아기 시절의 일에 대해 들으며 자라난다. 사진을 보이면서 그때의 사진이라는 식으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자신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더라도, 어느샌가 그 사진의 광경과 에피소드가 자신 안에서 실제로 자신이 경험했던 일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갓난아기 때 에피소드 기억이, 자신의 기억으로 첨가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우리가 3,4세 이전의 일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에피소드 기억이라기보다는 이후에 첨가된 기억일 가능성이 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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