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길들여진다
손목시계를 찼을 때, 처음엔 손목 주변에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느낌이 들지만, 잠시 후에는 손목시계의 착용감은 사라진다. 또는 겨울철 목욕탕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뜨거운 느낌이 든다. 서서히 뜨거워지고, 곧 딱 좋은 느낌이 들게 된다. 이와 같은 감각의 변화 현상을 일컬어, 감각의 '순응'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극에 감각이 익숙해진 것'을 말한다.
우리 주변의 가까운 곳에 많이 있는 이 감각의 순응은 우리의 오감 전체에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밝은 곳에 있다가 지하나 극장등 아주 어두운 곳으로 갑자기 들어서면 처음엔 주변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 후에는 조금씩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를 '암순응'이라고 한다. 어둠에 눈이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줄곧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눈이 매우 부신 것을 느낀다. 하지만, 금세 눈부심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명순응'이다. 암순응과 명순응은 정반대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크게 다른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볼 때와 밝은 곳에서 사물을 볼 때와는 눈 안에서 기능하는 세포가 다르다는 점이다. 암순응의 경우엔, 어둠에 완전히 순응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밝은 곳처럼 볼 수는 없다. 세밀한 부분이나 색을 확실히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빛이 없는 곳에서 기능하는 시각세포가 시력이 낮고 색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밝은 곳에서 기능하는 시각세포는 시력이 좋고 색도 구분할 수 있다. 암순응과 명순응의 차이 중 두 번째는 암순응은 느리고 명순응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이 밝은 곳에서 생활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밝은 곳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 용이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명순응 쪽이 훨씬 빠르다 할 수 있다.
온도의 착각
냉난방기의 온도설정 패널을 보게 되면, 문득 의문이 생긴다. 한 겨울에 18℃로 설정하면 상당히 덥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한여름에 똑같이 18℃ 로 설정하면 제법 추운 느낌이 든다. 같은 사람이 같은 온도를 느끼는 데도 말이다. 이것도 사실 감각의 순응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겨울에는 누구나 낮은 기온에 신체가 순응한다. 한겨울 평균기온이 서울에서 10℃ 정도라면, 이 온도에 적응이 된다. 그러면 18℃정도가 되면 상당히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반대로, 한여름 평균기온이 약 30℃로 이 온도에 신체가 적응되면, 같은 18℃라는 온도라 해도 제법 시원하게 느껴질 것이다.
'같은 온도인데도 한편으론 덥고 한편으론 추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실험이 있다. 감각연구로 유명한 19세기 생리학자인 베버가 실행했던 '베버의 세 가지 기구'라는 실험이다. 우선, 그릇을 3개를 준비하여 각각 차가운 물(18℃), 미지근한 물(30℃), 따뜻한 물(42℃)의 물을 붓는다.
。 차가운 물이 담긴 그릇에 왼손, 따뜻한 물이 담긴 그릇에 오른손을 넣고, 각각의 온도에 손이 충분히 적응할 때까지 그대로 기다린다.
。 어느 손이나 그 온도에 충분히 적응이 되었다면, 동시에 손을 빼 올린 뒤, 틈을 주지 않고 양손을 동시에 미지근한 물이 담긴 그릇에 담근다.
그 결과는 어떨까? 미지근한 물속의 오른손과 왼손이, 마치 다른 사람의 손처럼 다르게 느껴진다. 똑같이 미지근한 물인데도 오른손은 차갑고, 왼손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왼손은 차가움에, 오른손은 따뜻함에 순응하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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