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어떤 냄새에도 익숙해진다?
감각의 순응은 오감의 거의 모든 것에서 일어난다. 시각이든 청각이든 촉각이든, 똑같은 자극에 줄곧 노출이 되면, 금세 그 자극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다만, 어느 감각에나 똑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순응이 일어나기 쉬운 것과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순응이 일어나기 쉬운 것 중 대표는 후각이다.
체취나 자신의 집에서 나는 냄새에 대해, 스스로는 알아차리기 힘들다고 하는 것도 후각이 순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어느 비평가의 다음과 같은 에세이가 있다. 비평가 A 씨가, 당시 잘 나가던 소녀만화가 X 씨의 집에 취재차 갔을 때의 일이다. 만화가 X 씨는 평소엔 그다지 다른 사람을 들이지 않는 작업실로 A 씨를 초대했다고 한다.
그 작업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강렬하게 코를 자극하는 향수냄새가 엄습해 왔고, A씨는 곧 기분이 나빠졌다. 주변의 냄새에 무심코, "굉장한 향이로군요"라는 말을 내뱉은 그때, 만화가 X 씨는 태연하게 "나는 이 꽃의 향수가 너무나 좋아요. 매일 방 전체에 스프레이를 뿌리거든요. 늘 좋아하는 향에 둘러싸여 일을 하고 싶거든요"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한다.
후각은 순응하기 쉬운 감각이다. 하지만, 보통은 순응이 일어나도 그 냄새가 나지 않는 곳에서 2,3분만 지나면 원래의 감각으로 회복된다. 회복이 곤란할 정도로 순응해 벼렸다고 한다면, 여류만화가 X 씨는 상당히 오랜 기간 그 강렬한 향 속에서 작업을 계속해 왔을 것이다.
인간에게도 페로몬이 있다?!
처음 맡아본 냄새를 정확히 말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껏해야 '○○를 닮은 냄새' 정도라고나 할까. 딱 들어맞는 표현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번이라도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는 우리의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맡았던 어떤 냄새인지를 굳이 생각해 내지 않아도, "이 냄새를 알고 있다"는 말을 상당한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있다.
갓난아기가 자기 어머니를 식별할 때, 어머니의 향취를 단서로 잡는것, 동시에 어머니도 자신이 낳았을 당시의 갓난아기를 냄새로 식별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모녀나 자매, 친구 사이 등 같이 사는 여성 사이에서 월경 시기가 겹치는 것도, 냄새(소위 페로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어쩐지 냄새라는 것은 상당히 원초적이랄까, 우리의 깊은 곳에 뿌리내린 감각에 작용하는것 같다.
곤충이나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인간도 페로몬을 생성하고 있고, 의식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그에 반응하고 있다고도 한다. '페로몬향수'와 같은 괴이한 물건이 '이성을 유혹하는'효과가 있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냄새가 우리의 본능적인 부분에 작용하는 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다만, 페로몬향수가 효과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왜 순응은 필요한가
다시 감각의 순응으로 이야기를 돌리겠다. 왜 감각은 어떤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잠깐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경을 썼을 때의 착용감이 언제까지고 지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당히 답답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언제까지고 에어컨의 희미한 소리가 계속 들리거나, 귀걸이의 무게를 끊임없이 느끼거나, 우리의 몸에 주어진 모든 자극을 계속해서 느낄 수밖에 없다면 답답함을 초월해 기분이 엉망이 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도 순응은 필요하다.
집 안에 가스가 새는 일이 발생한다면 가스 냄새를 재빨리 알아채야 한다. 그때, 집안에 떠도는 방의 냄새나 음식냄새 등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가스가 샌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늦어져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자극을 확실히 감지해야만 하며, 다른 자극은 무시하고 하나의 자극에만 집중해야만 하는 때도 있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자극을 그것이 무엇이든 계속해서 강하게 느끼는 것은 아무리 봐도 최악의 상태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시해도 되는 자극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감각이 순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끊임없이 주어지는 자극에 대하여 감각의 순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기본적으로 순응이 일어나지 않는 감각이 있다. 바로 통각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각은 우리의 신체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된 것을 알려주는 신호로서 기능한다. 가령, 두통, 화상 등의 통증은 시간이 흘러도 적응되기는 커녕, 점점 더 그 아픔의 감각에 민감해진다.
통각과 관련해 조금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어떤 통증이 생겼을 때, 피부에 다른 자극을 주면 그 통증이 약해지는 현상이 있다. 주사 맞을 때 통증을 무마하기 위해 엉덩이를 꼬집는다거나, 치과 치료의 통증을 달래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거나 하면, 주사의 통증이나 치통이 약해진다. 믿지 못하겠다는 분은 기회가 있다면 시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것은 '게이트 컨트롤 가설'이라는 통증이 생기는 메커니즘에 관한 가설로 설명된다. 상당히 전문적인 것이라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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